시민릴레이 맛집탐방(12) 매운탕이 깔끔하다? '메기와 산천어'
수정 : 2018-07-24 18:06:30
시민릴레이 맛집탐방(12)
매운탕이 깔끔하다? '메기와 산천어'
비오는 날은 매운탕!
<메기와 산천어>
비가 온다. 뜨거운 여름 한낮을 식힌 비다. 계속 내려 저녁이 되니 쌀쌀한 기운이 돈다. 그 집이 생각난다. 매운탕에 소주 한잔 할까?
통통하고 부드러운 메기 살.
칼칼하고 묵직한 국물.
쫄깃하고 담백한 수제비.
매운탕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일단 매운맛을 그리 즐기지 않고 비릿한 민물고기 냄새가 싫다. 그런데 이 집 매운탕은 장마철에는 꼭 생각난다. 평상시에도 종종이다.
파주의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곳이다. 입소문으로 알려진 <메기와 산천어>.
“매운탕 좋아해?”
“아니.”
“이 집은 좋아하게 될 걸?”
5년쯤 전에 그리 내키지 않는 기분을 내색하지 않고 이웃 언니를 따라가서 먹었다. 그리고서 단골이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식구들을 데리고 갔다. 남편은 매운탕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매운탕집을 가자 하니 웬일이야? 놀라면서 따라왔고 남편도 단골이 되었다. 아이들은 정말 매운탕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초등학생 올말졸망한 아이들은. 매운탕 먹으러 가자하면 “싫어!” 했다가 “거기, 프로방스 옆에 거기 가자.” 하면 좋다 하고 따라온다. 이집을 알게 해준 그 언니네 아이들은 매번 국물도 남기지 않고 싹싹 해치운다고 한다.
한번 맛을 보면 단골이 되는 곳. 그런데 찾기가 힘들다. 헤이리 프로방스 옆쪽에 있는데 들어가는 골목이 눈에 띄지 않아 놓치고 지나치기 일쑤다. 성동사거리에서 프로방스로 들어가다가 옆을 잘 살펴서 영어로 모텔이라 쓰여진 까만 푯말이 있는 작은 골목을 찾아 그리로 들어가야 한다. 들어가서도 눈에 띄지 않는다. ‘메기와 산천어’라고 쓰여진 푯말을 따라서 좁은 자갈길을 50미터쯤 들어가면 제법 큰 양옥집 뒤에 더 큰 양옥집이다. 정말 숨어있는 맛집이다.
깔끔하게 칼칼한 맛이라고 해야 하나? 그냥 매운 국물맛이 아니다. 생강맛도 안나는데 비린내가 전혀 안나면서 진하면서 약간 달큰한 맛이 끝에 있다. 설탕맛은 아니다. 야채에서 우러나온 달큰한 맛? 아무튼 맛있다. 소주를 한잔 마시고 그 국물을 두 스푼 떠먹으면 입안에서 솨아 하던 소주의 흔적이 사라락 사라진다. 당연히 빨리 취하지도 않는다. 소주 안주로는 지존이다. 부부가 소주 한 병 정도를 마셔도 전혀 얼굴이 빨개지지도 않아 아이들에게 미안하지 않다. 참, 어찌 이런 조화를 부릴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다.
생선이 국물과 야채에 숨겨져 찾기 힘든 다른 집들과 달리 소자 크기를 시켜도 크고 통통한 메기가 두 마리 들어있다. 살이 많아서 아이들 숟가락 위에 얹어 주면 입을 크게 벌리고 먹는다. 산천어는 1급수에서 사는 생선으로 희소하여 어른들끼리 왔을 때 시킨다. 더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나므로. 반찬들도 신선하고 깔끔하다. 밥은 가마솥에 해서 후식으로 나오는 누룽지가 진국이다.
오늘은 문 닫을 시간이 임박해서 갔다. 아홉시인데 벌써부터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미안한 마음에 맛집으로 소개하려고 왔다고 했더니 뭐 그러던가 말던가 하는 표정이다. 그러지 않아도 손님이 끊임없이 오는 집이기 때문일 거다. 계산을 하러 카드를 내미니 “맛있게 드셨어요?” 하고 미소를 짓는다. 맑은 날이나 비오는 날이나 손님이 많다는 이곳은 밤 10시에 칼같이 닫는다.
아녜스 (법흥리 거주)
<메기와 산천어>
경기 파주시 탄현면 샘철길 37-23 가나안 (탄현면 성동리 34)
전화: 031-941-1155
영업: 10:00~22:00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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